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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가족극단 노란리본_정명승 극단. 극단이라는 이름은 내게 왜인지 모르게 떠돌아다니며 아무 관객이 없어도 연극을 하고 또 어딘가로 떠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가족 협의회에 처음 간 것이 아님에도,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뭘 느끼고 할 틈 없이 정신없었다. 다시 한번 가족협의회에 도착했을 때, 맑고 더운 날과 반대로 쓸쓸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장소에 기운 같은 게 있다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다가 처음으로 ‘어? 좀 그런 게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노래를 부르고 계신 대강당에 들어서자, 옆 벽면에 학생들의 사진이 쭉 쭉 붙어있었다.이전 기억교실에서 봤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명 한 명 더 기억하지 못하는 게 미안했다. 누구한테 미안한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2022. 2. 9.
8/2 인천 추모관_송현서 추모관을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기사님께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으로 가달라고 말씀드렸을 때 여기에 그런 곳이 있냐며 놀라셨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곳에서 택시 운전을 몇 년이나 했는데 세월호 추모관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하셨다. 사람들에게 세월호 추모관이 잊혀진다는건 세월호가 잊혀지는 것과 다름없기에, 씁쓸함이 마음 속에 맴돌았다. 어쩜... 추모관에서 보고 들었던 세월호 사건 당시의 이야기들, 일반인 희생자분들의 이야기들에 대해서 느낀 감정들이 수없이 많았음에도 나는 그저 침묵만 유지했던 것 같다. 말을 꺼내고 싶지만 슬픈 감정에 휩싸여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이곳 오기 전에 우연히 라는 만화를 읽었었다. 만화에 등장하신 그 생존자분이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셔야 했.. 2022. 2. 9.
7/27 단원고, 기억교실, 기억전시관_최이랑 순서대로 적어보자면, 아마 처음으로 갔던 기억 교실은 촬영을 허가 받지 않고 그저 방문만 했던 날이었다. 기억 교실을 보고 느꼈던 첫 감정은 알 수 없는그리움이었다. 옮겨진 모습이라서 학교라는 공간의 모습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벽과 바닥, 천장의 에어컨까지 그때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멈춰있었다. 교실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교실의 칠판, 책상, 의자. 모든 게 우리가 알던 그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문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 웃음소리가 존재하지 않고, 또 웃음이 존재할 수 없게 되어버린 교실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냥 그렇게 아파하며 한 명 한 명 얼굴을 마음속에 새기며 교실을 바쁘게 둘러보고 나왔다. 촬영을 위해 또다시 기억 교실을 .. 2022. 2. 9.
7/26 광화문_최호영 팽목항에서 올라오는 길에 4.16연대 자원활동가 카톡방이 울렸다. 서울시에서 광화문 기억공간 강제 철거를 위해 인력을 보냈다는(관련 발표를 한다며 모이게 해 놓고는, 뒤로는 광화문으로 트럭을 보냈다.) 연락이었다. 아무래도 각별한곳이었다. 처음 행동을 시작한 곳이자, 수많은사람들을 만나고 또 배웠던 곳. 나의 사춘기가 서려 있는 공간이었다.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돌아가며 피켓팅도 하고, 청와대 청원도 했는데. 7월 26일이 서울시가 고지한 철거시한이라는 이야길 듣고, 가방을 챙겨 서울로 갔다. 무슨 일이 안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 아빠한텐 그렇게이야기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정말 너무힘들 거 같아. 못 참을 거 같아.”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셨다.밤 9시에, 그렇게 .. 2022. 2. 9.
7/23 기억의 숲, 팽목항_김벼리 기억의 숲은 한산했다. 우리 팀만 그 숲에 있었다. 기억의 숲이라는 이름과는달리 기억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우리밖에 없었던 것이 조금 허전하기도했다. 숲에 들어가면 빼곡하게 노란 은행나무 300여 그루가 있다. 나무들 사이에는 회색 광이 나는 조형물이 있었는데 그곳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제서야 기억하기 위한 발걸음이 우리만은 아니었음을 느꼈다. 노란은행나무 잎이 매년 자라나 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매년 기억할 수 있도록 시들지 않고 자라나 주어 고마웠다. 은행나무 잎 말고도 주변에 푸른 잔디들과 빨간 열매들, 무지 더운 날에 솔솔 불었던 바람까지. 바다에 가라앉은 그들이 우리를 찾아 와준 느낌이었다. 팀원들 모두 한참을 숲에 머물렀다. 가만히 앉아 숲을 그대로 느낀 팀.. 2022. 2. 9.
7/22 목포신항_김한울 미금역에 하나둘, 모였다. 날씨가 좋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구름 많은 그런 날씨였다. 우중충한 날씨 아래로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희망들의 발자취를 따라걸으러 목포로 갔다. 얼마나 자고 일어나고를 반복했을까, 도착한 목포는 우릴전혀 반기고 있지 않았다. 금방 탈수해도 아무렇지 않을 듯한 뜨거운 공기와태양빛이 짓누르고 있었다. 간단한 안내를 받고 세월호 선체를 향해 다가갔다. 그 뜨거운 태양빛을 가릴만큼 세월호 선체는 굉장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선체와 가까워질수록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 소름은 공허와 허무가 주는 서늘함이었다. 세월호 선체의 모습은 선 체가 바닷속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있었는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조개껍데기와 녹슬어 구멍 난 부분들,색이 바랜 페.. 2022. 2. 9.